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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상

人生

by 경무(景武) 2023. 6. 28.

인생

 근심 걱정 없는 사람 누구인가

출세하기 싫은 사람 누구인가

 

시기 질투 없는 사람 누구인가

 흉허물없는 사람 어디 있겠소?

 

가난하다 서러워 말고

 장애를 가졌다 기죽지 말고

 

못 배웠다 주눅 들지 마소.

 세상살이 거기서 거기외다.

 

가진 것 많다 유세 떨지 말고

 건강하다 큰소리 치지 말고

 

명예 얻었다 목에 힘주지 마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더이다.

 

잠시 잠깐 다니러 온 이 세상

 있고 없음을 편 가르지 말고

 

잘나고 못남을 평가하지 말고

 얼기설기 어우러져 살다가 가세.

 

다 바람 같은 거라오.

 뭘 그렇게 고민하오.

 

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건

 다 한순간이오.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바람이고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눈보라일 뿐이오.

 

폭풍이 아무리 세도 지난 뒤엔 고요하듯

 아무리 지극한 사연도 지난 뒤엔 쓸쓸한 바람만 맨돈다오.

 

 다 바람이라오.

 버릴 것은 버려야지

 

내 것이 아닌 것을 가지고 있으면 무엇하리오.

 줄 게 있으면 줘야지 가지고 있으면 뭐 하겠소.

 

내 것도 아닌데 삶도 내 것이라 하지 마소.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일 뿐 묶어둔다고 그냥 있겠소.

 

흐르는 세월 잡는다고 아니 가겠소.

 그저 부질없는 욕심일 뿐.

 

삶에 억눌려 허리 한번 못 피고

 인생 계급장 이마에 붙이고

 

뭐 그리 잘났다고

 남의 것 탐내시오.

 

 훤한 대낮이 있으면

 까만 밤하늘도 있지 않소

 

낮과 밤이 바뀐다고

 뭐 다른게 있소.

 

살다 보면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있다마는

 잠시 대역 연기하는 것일 뿐.

 

슬픈표정짓는다 하여 뭐 달라지는 게 있소.

 기쁜 표정 짓는다 하여 모든 게 기쁜 것만은 아니오.

 

내 인생 네 인생 뭐 별거랍니까.

 바람처럼 구름처럼 흐르고 불다 보면

 

멈추기도 하지 않소.

 그냥 그렇게 사는 겁니다.

 

삶이란 한 조각구름이 일어남이오.

 죽음이란 한 조각구름이 스러짐이니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

 

[출처] <인생> 서산대사 해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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