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면 들풀들은 / 한쪽으로 몸을 기울입니다.
등이 시린 까닭입니다.
꽃이 피면 나비들은 / 먼길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외로운 까닭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 눈 멀고 마음 멀어
나 오래도록 멀고 먼 길을 애돌았거니
바람 불고 / 꽃필 때마다 / 등시리고 외로워
무릎에 얼굴 묻고 울었던 날 많았거니
내 사랑이겠거니 여겨 부르던 / 창밖에서의 노래들 늘젖어
갈잎이 날리고 북풍이 불어도 / 머리 누일 곳 하나 없었지만
오늘 나 동구밖에 다다라 / 한 그루 나무로 그대 앞에 섭니다.
부르던 손 짓있어 / 모두들 집으로 돌아간 시간
넝마 같은 텅빈 마음으로 / 이제 겨우 그대 앞에 섰거니
오늘은 그대가 불러 주는 / 그리운 이름이고 싶습니다.
- 김경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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