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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상

어매

by 경무(景武) 2010. 11. 23.

 

눈 내리는 고향 밤을

 어매 혼자서 지새우는 것은

 칼바람 같은 외로움인지 몰라.

 자식에 대한

 버릴 수 없는 질긴 인연의 끈을

 끊을 수 없는 슬픈 사랑인지 몰라.



 어린 날 아스라한 추억 속에

 따스한 맑은 봄볕이

 나뭇잎을 보듬어 안을 때면

 처마 밑 장독에서

 어매 손으로 버무리던 된장에서

 아지랑이 어매 냄새가 났는지 몰라



 새로 만든 신작로 따라

 똥강아지 이고지고 십일 시장 가신

 어매의 긴 그리움의 그림자

 그림자 나타날 때까지 탑리 잔둥에서

 해 넘어갈 때까지 기다리면

 내 운동복 검정 고무신 사들고

 한걸음에 여귀산을 넘어오시던 어매

 겨울바람에 날리던 어매 치마폭은

 나를 감싸고도 남았는지 몰라.



 봄 언덕 진달래꽃 필 무렵이면

 잊지 못해 찾아간 꿈길 같은 고향 길

 고향 빈집에 인적은 없고

 덕석, 항아리 농기구마다 거미줄이 쳐있고

 마당엔 그리움의 잡초들만 무성히

 돋아있는 빈집이 어매인지 몰라 .

 

 살아가다 삶에 지칠 때면

 어매의 그리움은

 전염병처럼 번져나갔고

 이름 없는 잡초 같은 어매 품에서

 깊이 잠들고 싶었는지 몰라.



 고향 나뭇가지마다 주저리 주저리

 떨려있는 하늘의 별똥별들

 어매 떠나가신 자리에

 파랗게 하늘이 익어가고

 하늘로 떠난 어매 자리에

 별이 별빛으로 빛나는지 몰라.

 어매 희생은 사랑에 씨앗이 되고

 어매라는 그 이름 앞에 서면

 그리움만이 무성한지 몰라.

 

 

 

김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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